[영화이야기] 2011년 아카데미상 전망
아카데미상은 참으로 흥미로운 상이다. 사실 아카데미상은 미국 국내영화제에 불과하다. 3대 국제영화제로 일컬어지는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 외에 유수한 국제영화제들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화제와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제가 미국 국내영화제인 아카데미상이라니 미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뚜렷한 증거인 셈이다. 아카데미상은 수상작 및 수상자가 약 6천 명으로 구성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된다. 아카데미 수상작들에 대해서는 중론이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들 말한다. 또는 휴먼 드라마에 많은 점수를 준다고도 한다. 너무 보수적이어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전한 영화를 택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모두 한 면만을 보고 평가하는 말들일 뿐이다. 역대 작품상 수상작들을 보면 그 성격들이 다양하기 짝이 없다. 공통된 특징이라면 대개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수준도 떨어지지 않는 그만한 가치를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우고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아바타>가 상대도 안 될 것 같던 <허트 로커>에게 분루를 삼킨 것을 매우 아쉽게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허트 로커>또한 작품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일부에선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너무 미국적 사고방식에 편향돼 있다고 비판하는데, 말했듯이 아카데미가 미국 국내영화제인 바에야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아카데미상 수상을 겨냥해 아카데미 선정 시즌 직전에 개봉하여 즉시적인 관심을 득표로 연결하는 작전을 쓰는 영화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를 앞두고도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일찌감치 개봉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인셉션>의 충격을 벗어난 아카데미 회원들이 <소셜 네트워크>로 다시 한 번 신선한 감흥을 느꼈으나 이제는 아카데미 코 앞에서 보란 듯이 개봉한 <킹스 스피치>나 <더 브레이브>(True Grit), <파이터> 같은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이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이틀 후로 바짝 다가왔다. 수상작을 전망해 보고픈 마음이 동한다. 필자라면 주요 부문에서 작품상은 <인셉션>, 감독상은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핀처, 주연여우상은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 주연남우상은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 조연여우상은 <더 브레이브>의 헤일리 스타인펠드, 조연남우상은 <파이터>의 크리스챤 베일, 그리고 각본상은 <인셉션>, 각색상은 <소셜 네트워크>에게 각각 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작품상은 <킹스 스피치>에게, 주연여우상은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먼에게, 각본상은 <킹스 스피치>에게 돌아갈 것 같다. 특히 필자가 큰 성원을 보내는 <인셉션>은 기술 부문에서 두 개 정도 수상하는 데 그칠 것 같다. 가장 확실한 수상자는 말더듬이 왕 역을 해낸 콜린 퍼스이다. 주요 영화에서 정상인이 아닌 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탈락한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월 27일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기다려진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